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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Leader&Reader '청춘 이길여' 10편 - “서울대 女의사, 가당키나 해?” 청춘 이길여의 묵직한 한마디

수정일
2024.03.18
작성자
홍보실
조회수
2008
등록일
2024.03.18

“X 표시한 환자는 먹튀 놔둬라” 동안 이길여 만든 뜻밖의 보답





“청춘이라는 주제로 외연뿐 아니라 제 삶의 기저에 뿌리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열정과 도전, 사랑에 대해 다각도로 접근한 점이 새로웠어요. 이 시리즈를 통해 마치 제 인생의 한 챕터가 끝나고, 새로운 챕터를 시작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 말 그대로 ‘청춘’의 문턱에서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이길여 총장이 전한 소회다. 그는 공적인 활동뿐 아니라 식습관, 외모 관리, 골프 스타일까지 소소한 일상이 처음 공개된 것이 낯설면서도 흥미로웠다고 답했다. 실제 건강과 미용 비법에 관한 기사가 나간 뒤에는 관련 업체에서 모델 제안을 받기도 했다.


주변이나 독자의 반응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고 했다. “여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다”는 지인들의 연락이 이어졌고, 대학과 병원은 물론 독자들로부터 다양한 메시지를 받았다. 어떤 이는 기사를 본 뒤 삶이 궁금해져서 자서전 『길을 묻다』까지 완독했다면서 편지를 보내왔고, 누군가는 직접 만나 인사하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다.


“대부분 제 건강을 응원하고, 우리 사회 어른으로서 계속 희망을 키워 달라는 말씀을 주셨어요. 너무 감사한 일이고, 어깨가 무겁습니다. 앞으로 이분들의 성원에 답하기 위해서라도 주어진 사명을 다해 나갈 생각입니다.”


‘희망의 멘토’로서의 역할은 사실 지난 인터뷰에서도 이미 여러 번 언급한 바 있다. 특히 불안한 미래 앞에서 고민하는 젊은 세대를 위한 이야기는 인터뷰 중간중간 등장하는 주제였다. ‘청춘 이길여’의 마지막은 그래서 청춘에게 전하는 따듯한 한마디로 끝을 맺는다.



#꿈의 크기를 미리 정하지 마라

“저는 학생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어요. 꿈을 크게 가지라고, 안 돼도 좋으니 일단 크게 가지라고요. 그래서 창업대학도 만들었고요. 아무것도 안 하려는 게 문제지, 해서 실패하는 건 문제가 아니거든요. 실패도 해봐야 그릇이 커집니다.”


가천대에 지하철역을 연결하는 일, 8차선 대로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는 인천 길병원을 지하로 뚫어 있는 일은 그 무모한 꿈에서 나온 결과였다. 교수진과 의료진이 모두 죽어도 안 된다고 했을 때 그는 ‘한번 해보기라도 했냐’며 스스로 승인 절차를 알아봤다.





이 총장에게 의사의 꿈을 심어준 이영춘 박사. 이 박사는 평생을 가난과 질병에 허덕이던 농민들을 위해 봉사하며 한국의 슈바이처라 불렸다. 이 총장이 다니던 대야초등학교 등 학교를 돌며 아이들을 진료하기도 했다. 사진 가천대

이길여 총장이 유년 시절을 보낸 전라북도의 생가. 사진 가천대



지금도 무한한 꿈을 말할 수 있는 건 그의 인생 자체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이 총장의 유년 시절은 여자는 뭘 배우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시골 동네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이 총장과 그의 언니뿐이었다. 중학교에 진학할 때도 모두가 말렸지만 어머니만이 든든한 지원군이 돼 줬다.

“형편이 뻔한데도 어머니는 뭐든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러니 저도 막연히 의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고, 기왕이면 서울대를 가야겠다 맘먹었죠. 당시 제 조건에선 정말 가당치도 않은 생각이었는데, 그걸 정말 이룬 거예요.”


#미래의 불확실성은 어른 세대의 잘못



1982년 양평 길병원 개원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사진 가천대

이길여 총장(앞줄 왼쪽부터 넷째)이 모교인 대야초등학교를 방문했던 모습. 사진 가천대


이런 긍정의 말이 힘을 얻지 못하는 시대라는 걸 이 총장도 이미 알고 있다. 금수저·흙수저 같은 수저론이 대세가 된 지 오래다. 그는 여기에 대해 정치를 꼬집었다. "출발부터가 다르다, 하고 싶은 게 없다고 말하는 청춘들이 많은 건 정치를 잘못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적어도 그에게 정치란 젊은 세대가 꿈에 부풀어 빠져들고 정신없이 일할 수 있는 사회,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그는 '대범한' 이야기도 했다.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할 젊은 시절에 ‘워라밸’ ‘욜로’를 내세우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머리가 참 좋은데 그 장점을 이어가야죠. 젊은 세대가 무조건 8시간만 일하도록 만들거나, 실직을 수당으로 메워주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MBC 교양 프로그램 '성공시대' 출연 장면.

이길여 총장의 뉴욕 시절 모습. 사진 가천대



최근 교육계의 화두인 의대 쏠림 현상에도 한마디를 보탰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왜 의대에 가고 싶어 할까요.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이에요. 의사처럼 죽을 때까지 굶어 죽지 않고 살 수 있다는 안정감을 주는 직업이 많지 않다는 거죠. 우리 때는 열심히만 살면 다 잘 산단, 그런 생각을 하고 살았죠. 아무리 가난해도 희망이라는 게 있었으니까." 그러면서 AI부터 우주 개발까지 세상의 변화에 맞춰 다양한 꿈을 가질 수 있는 사회를 아쉬워했다.


“주저앉아 있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어요. 일단 자신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믿고 최선을 다해야 해요. 우리의 청춘들을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하겠습니다. 저 역시 지금껏 그래왔듯,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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