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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가천길재단 회장 신년사

수정일
2022.12.30
조회수
2079
등록일
2022.12.30

[2023년 가천길재단 신년사] <큰 배는 태풍이 오면 바다로 나가야 산다> 사랑하는 가천길재단 가족 여러분! 2023년 토끼의 해, 계묘년 새해가 밝아왔습니다. 계묘년은 토끼 가운데서도 검은 토끼를 말합니다. 검은 색깔은 동양에서 지혜를 의미하고, 토끼는 다산(多産)과 평화의 상징으로, 지혜롭게 가정의 강녕(康寧)과 평화를 지키라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재단 가족 여러분 모두 계묘년의 기운을 받아 평안하고, 다복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지난 한 해 코로나19의 여파 등, 불리한 환경 속에서도 우리는 많은 것을 이루었습니다. 특히 가천대학교는 외부 연구비 1천억 원을 돌파하는 획기적인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20여 년 전, 대학을 인수하고 연구비가 단돈 1억도 없어서, 절망했던 게 엊그제 같습니다. 연구역량은 일조일석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참으로 암담했습니다. 총장인 내가 몇억을 따기 위해서, 추위 속에 프로젝트 설명회에 가서 떨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런데 한해에 1천억 원이라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이제 굳건하게 밑바닥을 다져 놓았으니, 2천억, 3천억 궤도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가천대 길병원도 보건복지부의 2022년 의료질 평가에서 최상위로 1등급을 획득했습니다. 전국 의료기관 가운데 상위 2%, 단 8곳만이 받은 등급입니다. 노력을 기울여온 여러분을 치하합니다. 그러나 여러분! 세상은 아직 감염병의 여진(餘震)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먹구름을 머리에 이고 있습니다. 중국의 셧다운 후유증으로 인한 공급 차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빚은 국제경제적 불안, 미국의 인플레와 급격한 금리 인상 등으로, 당분간 글로벌 경기 침체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합니다. 한국경제의 2023년 성장률 전망도 이례적으로 1%대입니다. 태풍을 각오하라는, 한결같이 비관적인 예측뿐입니다. 심각한 경기 침체의 태풍이 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가천길재단이라고 하는 거대한 배는 어디로 항로를 잡아야 할 것인가? 나는 바람개비는 바람이 불지 않으면 돌지 않는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태풍이라는 역경을 우리의 에너지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던 차에 우연히 고려대 로스쿨에서 해양법을 가르치는 교수의 칼럼을 읽었습니다. 그분은 30만 톤급 큰 배의 선장을 하다가, 항해사의 실수로, 새로 생긴 산호초에 걸려 좌초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재판을 받으며 해양법을 공부하다 지금은 교수가 되었고, 그분은 바다 경험을 통해서, 역경을 헤쳐나가는 이치는 항해에서나 경영에서나 똑같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선장이었던 교수는 말합니다. 태풍이 오면 작은 배는 몰라도, 큰 배는 미련 없이 바다로 나가야 합니다. 풍랑 속에서 배가 견디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배는 흔들릴지언정 뒤집히지 않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넓은 바다에서는 파도를 타야 하는데, 이를 히브 투(heave to) 라고 합니다. 바람을 피하는 게 아니라, 굽이치는 파도를 넘어가야 한다는 거지요. 큰 배가 파도를 겁내서, 항구에 닻을 드리운다면 어떻게 될까요? 닻이 바람을 이기지 못해 결국 배는 깨지고 맙니다. 부두와 선박을 이어둔 밧줄이 모두 터져버려 큰 배는 부서지고 맙니다. 닻을 두 개 놓아서 선박을 붙잡아 매도, 두 개의 닻줄이 꼬여 나중엔 닻을 감아올릴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큰 배의 선장은 태풍이 오면 서둘러 바다로 나갑니다. 선장이 판단을 그르치고 뒤늦게 항구를 벗어나다 빚어진 재앙이 국내외에 2건이 있었습니다. 1995년 시프린스호 여수오염사고와 2006년 일본 가시마 오션 빅토리호 사고가 바로 그것입니다. 사랑하는 재단 가족 여러분! 지난해 우리 재단이 이룩한 성과와 업적은 괄목할 만한 것입니다. 가천대학교는 연구비 1천억 원 돌파만이 아니라, 국내 최초로 창업대학 코코네스쿨을 개설하여, 창업자금을 최대 1억 5천만 원까지 지원합니다. 이 모델은 수많은 대학이 꿈꾸었지만,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졸업장이라고 하는 안전판을 요구하는 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대학의 구조적인 문제, 창업자금 조달이라는 3가지 장벽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3가지를 일거에 해결하는 쾌거를 이룩해 대학가와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또한, 카카오 엔터프라이즈와 고등교육플랫폼 구축을 협약하고, 국고 지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가천대가 미래를 내다보고 선도적으로 구축해온 반도체·미래형 자동차·2차전지·바이오 헬스 4개 부문이 정부의 부처협업형 인재양성 사업에 전부 선정되었습니다. 외국인 학생 3천 400여 명을 유치해 전국 7위에 올라선 건 우리의 위상이 해외에서도 굳건하다는 증빙입니다. 가천대는 창업대학 코코네스쿨의 성공을 발판으로 10대 사학을 굳히고, ‘글로벌 유일 대학(ONLY ONE)’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가천대 길병원은 응급의료기관 평가에서 만점으로 전국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전국 38개 기관중 4개 항목 만점으로 최고입니다. 또한, 2013년 국내 첫 10대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된 뒤, 3회 연속으로 연구중심병원으로 재지정되었습니다. 연구조직, 시설 및 장비, 연구인력 등에서 모두 우수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송도 가천브레인밸리 내 뇌질환센터에서 연구 중인 11.74T MRI에 대한 핵심부품 마그넷(Magnet)의 현장성능평가를 성공적으로 완료하여, 극초고자장의 11.74T 뇌전용MRI 시스템 가동에 한 걸음 다가섰습니다. 가천대 길병원이 다원메닥스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4세대 암치료기 붕소중성자포획치료기(A-BNCT)의 국내 임상이 11월에 시작되었습니다. 붕소를 활용해 정상세포의 손상 없이 암세포만을 파괴, 악성 뇌종양이나 재발암 등의 난치성 암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기대됩니다. 아울러 BRC(Bio Research Complex)는 연구동에 유치한 5개 바이오업체가 신약 개발에 성공하는 등 본격적인 연구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가천문화재단은 국내 최초로 창간호 도록 <시대를 읽는 창>을 발간하고, 학술대회 ‘한국 잡지 120년, 시대를 말하다’를 개최했습니다. ‘서 말의 콘텐츠 구슬’을 한땀 한땀 꿰어 보배로 만든 기획이고 뜻깊은 행사였습니다. 또한 기존 심청효행대상을 가천효행대상으로 명칭을 변경하여, 참가대상을 남학생까지 넓히고, 효행교육 장려를 위해 학교와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효행교육상 부문을 신설하여 많은 관심과 호응을 얻었습니다. 신명여고는 진로 희망에 따른 맞춤식 교육으로 3년 연속 시교육청의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로 선정되었습니다. 또한 정규 교육과정에 개설되지 않은 소수 선택 과목을 위해 타교와 연계한 공동교육과정, 소질과 재능을 살릴 수 있는 교과특성화과정과 AI 선도학급을 운영했습니다. 또한, 전국 학생설계경진대회 대상, 청소년체험문화마당 우수상 등을 수상하였습니다. 새생명찾아주기운동본부는 우즈베키스탄 환자를 포함, 저소득층 환자 60명의 수술비를 지원했습니다. 네이버 펀딩 ‘해피빈’을 통한 홍보와 모금 활동을 전개하면서 사회공헌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습니다. 가천미추홀청소년봉사단은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자기도전 포상제에서 5명의 단원이 수상하였고, 동아리 공연부문에서 최우수상인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수상했습니다. 가천누리는 병원 환자의 편의성과 대기 시간을 단축하는 키오스크 업무를 지원하면서,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와 협약을 맺어 동영상 제작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발달 장애인 영상 콘텐츠를 개발, 보급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경인일보는 경인지역 신문으로서는 최초로 1980~1990년대 지면보기 서비스인 ‘통합 아카이브’를 구축하였고, 한국편집상 온라인부문 8년 연속 수상, 이달의 보도사진상 연 5회 수상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사랑하는 재단 가족 여러분! 계묘년 새해는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진정한 바람개비 정신을 발휘하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합니다. 경계를 늦출 수 없는, 경기 침체와 태풍의 예보 속에서, 큰 파도를 능동적으로 타고 넘으며 역경을 극복합시다. 그리하여, 2023년의 경기 침체와 태풍이 가천길재단의 또 다른 경쟁력을 만천하에 과시한, 대약진의 계기였다고 역사가 기록하게 합시다. 지난 한 해 빛나는 성취를 이룬 우리 가천길재단 가족 여러분께 감사와 치하의 말씀을 드리며, 올한해 여러분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2023년 1월 1일 가천길재단 회장·가천대학교 총장 의학박사 이 길 여